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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빠삭 > 부동산이야기

2018년 위기설

지엠45 | 작성일 17-03-16 10:14 | 조회 333 | 추천 0 |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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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있어서 퍼왔습니다.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일수록 출렁이는 부동산 시장에서 자신이 ‘파도타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행동하려고 한다. 이는 시점을 잘 포착해 사고파는 일을 능수능란하게 해낼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예측의 적중률이다. 개인이 전망이나 예측을 해서 맞출 확률은 3분의 1 미만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는 “미래를 예측해서 부를 일군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40년 가까이 금은방을 운영하는 70대 주인도 “솔직히 금값이 오를지 내릴지 맞춘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예측할 때 쓰는 도구는 주로 과거의 경험과 추세다. 피터 린치의 말처럼 ‘자동차 백미러로 앞을 내다보는 꼴’이다. 하지만 미래는 과거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문가의 전망은 자주 틀린다. 시장은 전문가보다는 IQ가 높기 때문이다. 가령 전문가의 IQ는 잘 해야 150이지만 집단지성인 시장은 300을 넘지 않을까. 오죽하면 ‘전망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까. 투자 시장의 흐름을 미리 예측해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실력 덕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운이 그만큼 따라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동산 가격은 갑자가 폭등하지 않듯이, 악재가 터진다고 곧바로 급락하지도 않는다. 거래 위축에 따른 가격 조정은 올 수 있지만 외부 쇼크가 오지 않는 한 생각만큼 빨리 급락장세가 오지 않는다. 이른바 임계점(critical point)을 지나야 가격의 큰 변화가 오기 때문이다. 임계점은 액체가 끓어 기체로 바뀌는 것처럼 물질의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뀌는 지점을 뜻한다. 임계점은 서서히 진행되던 어떤 현상이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급격한 변화 시점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와 유사한 개념이다.

 

 

2007~2012년 아파트 시장 사례를 보면, 급락은 입주 물량이 쏟아질 때가 아니라 한참 뒤에 나타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하우스푸어 사태가 극에 달했을 때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18만 가구(부동산 114 조사)가 채 되지 않았다. 연도별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07년 31만, 2008년 32만, 2009년 28만, 2010년 29만, 2011년 21만 가구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라. 물량 압박에 따른 동맥경화증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임계점을 지나서야 가격이 지지선 이하로 흘러내렸다. 이는 사회 혁명과 비슷한 것 같다. 혁명은 모순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일어나지 않는다. 여러 개 모순이 누적돼 기존 사회 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 갑자기 폭발 하듯이 일어난다. 주택 시장도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그해, 대외쇼크가 닥치면 모를까, 입주 물량만으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선적인 사고다.

 

 

현실로 돌아오자.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리듬은 타는 법이다. 2017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36만, 2018년은 41만 가구가량에 달한다. 2016년 29만 가구가량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입주 물량 압박으로 집값이 언제 급락할지 여부는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입주 물량이 많아도 주택 시장의 자율조절 장치가 작동한다면 조정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폭락은 자율조절 장치가 한동안 작동되지 않아 소화불량이 심각해질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집값 폭락이 올 것으로 생각하는가. 일각에서는 10년 주기설에 따라 2017~2018년을 거론한다. 하지만 폭락을 예상하고 바닥에서 싸게 사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매수 기간’을 늘려라. 가령 2017~2018년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2021년까지 길게 잡으라는 얘기다.

 

 

그러나 폭락시점을 안다고 해도 헛물만 켤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여유자금이다. 여유자금 없이 매수 타이밍을 따지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타이밍은 현금을 언제든지 동원할 수 있는 부자들만의 언어이다. 많은 사람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위기 같은 큰 위기가 오면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한다. 집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 저점 매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계획이 실현되려면 위기 때 예·적금 같은 현금성 자산이나 현금을 쥐고 있어야 가능하다. 요즘은 금리가 워낙 낮아 펀드나 ELS 등 금융자산에 투자를 많이 한다. 위기가 오면 금융상품의 가격도 함께 폭락하기 마련이다. 손실을 떠안고 환매하는 것은 실익이 없기 때문에 현금화가 어렵다. 큰 위기로 폭락 장세가 오더라도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살 때라는 것을 알지만 막상 행동을 뒷받침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마치 자신이 현금부자인 것처럼 매매 타이밍을 잰다.

 

 

한 가지 더 얘기하자. 만약 전세금이 전 재산인 세입자라면 위기 때 집 사기가 더욱 어렵다. 위기 때 집을 사려면 집주인에게서 전세보증금을 되찾아야 하는데, 계약만기 이전에 보증금을 미리 내주는 자선 사업가는 드물다. 위기 때 거래는 매매·전세 모두 두절되지만 가격은 매매보다 취약한 사금융인 전세가 더 떨어진다. 전세계약이 끝나도 보증금을 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제 때 집 사기는 더욱 어렵다. 요컨대 대부분 세입자가 집을 사는 적기는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돼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받는 날이다. 그때 집 살 수 있는 현금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6년 11월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 비율)이 서울 지역 기준 73.3%에 달한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집 사는 가격의 상당 부분을 무이자로 대출해준 셈이다. 만약 폭락이 왔을 때 집을 사려면 전세로 살기보다는 보증금은 은행에 맡기고 월세로 살아야 가능하다. 하지만 월세살이가 쉬운 일인가. 월세로 산다는 것은 고혈을 짜서 온라인 통장으로 부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다. 전세는 살고 싶고, 월세살이는 싫고, 그러면서 폭락이 왔을 때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세상물정을 모르거나 아니면 욕심이 많은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꼴이다. 만약 당신이 대폭락설을 믿는다면, 말로만 떠들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조용히 실탄(자금)을 만들어라. “호랑이는 스스로 호랑이임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덮칠 뿐”이라는 아프리카 작가 월레 소잉카(Wole Soyinka)의 말을 가슴에 담아라. 결정적인 순간에 실행하려면 그만큼 평소에 소리 없이 착실한 자금 준비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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