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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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 골든아워를 읽고

uverw… | 작성일 18-11-05 13:56 | 조회 278 | 추천 0 |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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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국종 교수님이 즐겨 읽은 책이 김훈의 칼의 노래라는 기록을 본 일이 있다. 칼로 베어지지 않는 세상의 굴레들과 맞서야 했던 충무공의 이야기를 읽고 당신이 적잖은 위로를 받았으리라 미루어 짐작한다. 세상에 기록으로 남길 자신의 에세이를 쓰면서도 비장한 서문으로 시작해 인물지로 마무리짓는 김훈 식 역사소설 구성을 따름을 보면서, 관제가 춘추를 품고 다니며 읽었듯 당신이 칼의 노래를 그렇게 품고 다녔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문에서 글의 얼개를 칼의 노래에 의지하여 썼음을 저자 스스로 밝힌다. 하지만 이것은 볕 좋은 날 자전거 타고 놀러 다니는 은퇴 기자가 쓴 소설이 아니라, 현대 한국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외상환자들을 위해 최일선에서 메스를 드는, 이 교수님의 에세이다. "메스로 베어지지 않는" 세상의 문제들과 싸워야 했을 당신의 울분을 많이 느꼈다.
이 책은 한 챕터 한 챕터 읽을 때마다 슬프고 고통스럽다. 여러 챕터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울지 않고 볼 수 없는 책은 오랜만이다. 만약 독자가 신경증 환자라면 치료가 끝날 때까지 이 책을 읽지 말기를 권한다.
사회의 악은 원래 가장 힘들고 괴롭고 암울한 순간에 비어져 나온다. <세상을 바꾸는 15분> 강연에서 언급한 헬기 바람때문에 도시락 김밥에 모래가 들어갔다는 민원, 별거 아닌 환자 갖고 쇼를 한다는 뒷말을 하는 의사, 저자가 직무를 대충 하길 바라면서도 중증외상센터 선정의 떡고물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아주대 교수들을 생각한다. 책이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저자가 먹통이 된 인터컴을 집어던졌다는 뉴스를 접한다.
여기에 응원한다는 댓글을 쓰는 건 지나가던 원목이 저자에게 던져준 기도문보다도 가치가 없을 것이다. 서점에서 종이책을 사서 보고도 리디북에서 전자책을 한번 더 사서 책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그 수익이 험악한 세상을 개선하는 선구자 역할을 해 온 저자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보상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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