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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이야기 | 무술년 견공의 항변
꼴찌 | 작성일 18-01-16 10:29 | 조회 609 | 추천 3 |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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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견공의 항변
나는 개(犬)올시다.
듣자 하니 세상에 간사하고
간악한 것이 인간인 듯하오.
내 그래서 인간들한테
할 말이 있어 이렇게 나왔소.
사실 우리처럼 족속들이
많은 동물도 없을 것이오.
살구가 맛이 없으면 개살구요,
나리꽃에도 못 끼면 개나리요,
망신도 큰 망신이면 개망신이요,
망나니도 큰 망나니면 개망나니요,
지랄도 큰 지랄이면 개지랄이요,
뻔뻔한 얼굴은 개가죽이요,
번지르르한 기름은 개기름이요,
보잘 것 없으면 개떡이라,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니
이게 말이 되냐? 이 말씀이오.
도대체 우리 개들이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렇게
천대를 당하고 산단 말이오.
필요할 때엔 언제나 가까이 두고
이용해 먹는 가축이 바로
우리들이라 더욱 기막힌 일이라오.
돼지가 도둑을 지켜줄 수 없고,
소가 주인을 반기는 법이 없고,
염소가 주인을 도와
사냥을 할 수 없고,
닭이 식구와 같이 놀아주지 않는데,
왜 우리 개들은 인간들이 분풀이할
때마다 단골로 회자되는지
모를 일이오.
따지고 보면 우리처럼 충직하고
의리 있는 동물은 없을 것이오.
그 옛날 전라도 오수라는 동네에서는
우리 조상 한 분은 불에 타 죽을
주인을 살리려고 냇가에 가서
물을 묻혀 잔디를 흥건히
적시고는 장렬하게
순사하신 적이 있소.
또 어떤 동포는 물에 빠진
어린애를 구해내기도 했다오.
인간이야말로 의리를
모르는 족속들이라오.
돈 때문에 아들 손가락을
자르는 애비도 있고,
유산을 받으려고 부모를 불에
태워 죽이는 자식놈도 있고,
노부모 모시기 싫다고 양로원에
갖다 버리는 놈도 많지요.
출세를 하려고 친구를
배반하고 모함하는 놈,
권력을 얻으려고 어제는 한솥밥
먹던 동료를 오늘은 정적으로
나서서 깔아뭉개는 정치 모리배,
어려운 살림살이에 같이
고생하다가 돈을 좀 모으니까
조강지처 버리는 놈,
참말로 더러운 세상이네.
오줌 벼락 맞아도 싸다.
모두 모두 의리 모르는 인간들이오.
필요할 때는 친구하다가
쓸모없어지니까 매정하게
돌아서는 게 인간이라는
족속이라오.
너는 착하게 살아라
모든 인간은 결국 세 가지
부류 중의 하나일 것이오.
개보다 더한 놈이거나.
개보다 못한 놈이거나.
개같은 놈 중의 하나일 것이오.
나도 성깔은 있다오.
난 그런 놈 아니오.
▷어느 지인이 보내준 글
(주) 빠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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