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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이야기 | 조선시대의 언어유희
치오구 | 작성일 19-08-26 14:06 | 조회 333 | 추천 1 |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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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이런 형태의 말놀음은 상당한 수준의 지적 유희로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기록에 남아있는 정조대왕과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문답을 소개할까 합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공격측(?)인 정조대왕이 특정한 형식의 언어유희를 하면 수비측(?)인 정약용 선생이 같은 형식으로 받아치는 문답입니다.
정조 : 말이 마치(馬齒. 말의 이) 하나둘 일이(一二)
- 말이 마치 한두마리 이리처럼 보인다는 뜻. 같은 뜻을 가진 두 가지 단어만으로 온전한 문장을 만들었습니다.
정약용 : 닭의 깃 계우(鷄羽) 열다서 시오(十五)
- 닭의 깃이 겨우 열다섯 개라는 뜻. 같은 형태의 문장입니다.
정조 : 보리 뿌리가 맥근 맥근(麥根 麥根)
- 보리 뿌리가 매끈매끈 하다는군요. 앞부분의 주어가 의태어로 변했습니다.
정약용 : 오동 열매가 동실 동실(桐實 桐實)
- 마찬가지로 멋지게 방어(?)해 냈습니다. 오동나무 열매가 동실동실 열렸다고 합니다.
정조 : 까치 여덟이 팔작 팔작 (八鵲 八鵲)
정약용 : 송아지 다섯이 오독 오독 (五犢 五犢)
-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까치 여덟이 팔짝팔짝 뛴다고 표현한 재치나, 송아지 다섯이 오독오독 거린다고 표현한 유머 감수성이나, 정말 김동수해설 말마따나 스타급 센스입니다.
정조 : 술 먹고 수란(水卵)먹고
정약용 : 갓 쓰고 갓모(帽.모자 모)쓰네
- 술 먹고 술 안 먹고, 갓 쓰고 갓못 쓴다는 모순된 문장을 한자로 표현했습니다.
정조 : 창(槍)으로 창(窓) 뚫으니 창(槍)구멍인가? 창(窓)구멍인가?
정약용 : 눈(雪)으로 눈(目) 씻으니 눈물(雪水)입니까? 눈물(淚)입니까?
이런 문답이 끝나고 나서 정조께서는 껄껄 웃으며 '다산(정약용의 호)의 재치가 하늘에 닿으니 오늘은 짐이 졌도다' 라고 치하하셨고, 정약용 선생은 '아닙니다 소신이 전하를 당할 재간이 없사오니 소신이 졌사옵니다' 라고 답했다 되어 있습니다.
(주) 빠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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