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앞두고 한 번 툭~ 전뎌보는 회사 용어에 담긴 깊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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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이야기 | 퇴근 앞두고 한 번 툭~ 전뎌보는 회사 용어에 담긴 깊은 의미?

신박샏기 | 작성일 17-08-21 17:45 | 조회 758 | 추천 1 |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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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약간 어두운 흰 바탕 위에 쓰인 궁서체의 ‘첫 출근’, 캬~~~ 뭐 있어보여요 아주. ‘맞아 그때 정말 떨렸지’ 웃기고 있네, 아무 생각도 안 났습니다. 제대하고 뒤늦게 입사한 지금 이 회사가 광고회사입니다. 뭐 엄청 떨리고 긴장했다기 보다는 뭔가 아티스트적인 면모와 회사원의 정갈함이 적절히 배합된 멋진 조직이라는 환상은 있었죠.

열심히 준비해서 들어갔고, 선배 사원분들에게 크게 인사한 후 사원증과 제 데스크를 배정 받았을 때, 그때는 좀 떨리긴 하더군요. 흥분도 되고, 기분도 좋고 말이죠. 열심히 배웠고, 혼도 났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씩 배워나가는구나…는 웃기고 있네!?! 천만에 말씀. 오늘 개털리고 짜증나서 광고회사 가면 듣기만 해도 짜증나는 상황을 용어로 정리해 까발릴려고 합니다.

1. 아이데이션

한글로 네이버에 아이데이션이라고 검색해보았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영어로 ideation이라고 검색해봤다. ‘관념화’, ‘상상하기’라는 뜻이 나왔다. 광고회사에 있다보면, 정말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아이데이션이다.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말로 ‘브레인스토밍’이라는 용어도 자주 듣는다. 뜻과 의미만 생각했을 때는 굉장히 멋지다. 하지만 현실은 뇌에 주름이 없어질 때까지 쥐어 처 짜내는 일이기도 하고, 칼퇴는 개나주라는 뜻이기도 하며, 안 받겠다고 해도 강제로 주는 야근 수당의 의미이기도 하다.

2. 짜치는데?

이제 저렇게 아이데이션으로 쥐어 짜낸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면, 들려오는 단어 중 하나다. 제품으로 따지자면, 카피 제품 중에서도 너무 티가 나는 제품이라는 것이고, 방송 용어로는 쌈마이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다시 해오라는 것이다. 가끔 이럴 땐 내가 배운 격투기 기술을 쓰고 싶을 때가 많다. 1:1은 자신 있는데 말이다. 책상 밟고 뛰어 올라 발 뒷꿈치로 정수리부터 낭심까지 갈라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3. 디벨롭

검색을 또 해보자. ‘디벨롭’, 발전시킨다 라는 뜻이다. 발전, 정말 멋진 말이다. 보다 나아진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광고 회사에서 쓰는 디벨롭의 의미는 좀 다르다.

“x장님, 아이디어 취합본 메일로 송부드렸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좀 더 디벨롭 해야겠다 이건” = “야근 더하세요 부하직원 님아, 어서 날로먹을 생각이세요”

격투기 말고, 에스크리마라는 살상 기술도 배울까 생각해본다.

4. 퀵하게, 뿌러트려라

퀵. 그렇다. 재빠르다는 뜻이다. 이건 의미 그대로 가져온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행해라는 것이다. 뿌러트려라, 이건 좀 생소할 수도 있는데, 재빠르게 실행하라는 의미와 함께 기한을 넘기지마라, 확실하게 매듭지어라 라는 뜻이 있다. 그렇다. 컨펌 하나 받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렸는데, 퀵하게 뿌러트리라고 한다. 그래 네가 퀵하게 하라는 건, 아이데이션, 아이디어 필터링, 초이스, 스토리 보딩, 제작 또는 외주, 컨펌, 수정 이 과정을 너는 지금 퀵하게 하라고 한 것이다. 머릿속으로 이미 몇 번 죽였다.

5. 수정

단어 그대로의 의미로만 받아드리지 말았으면 한다. 뭔갈 고치고 손보다? 맞다. 틀린 게 아니라 정확히 맞다. 하지만 이걸 꼭 기억해야 한다. 몇 번 수정을 하는지, 그래서 대체 언제 컨펌이 떨어지는지 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퇴근 직전(퇴근 시간 오후 6시) 5시 45분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20분까지 수정을 28번을 했던 적이 있다. 몇 번을 했다는 거 가지고 어디 가서 명함내밀려는 게 아니다. 수정을 하다보면 결국엔 첫 번째 걸로 마지막 컨펌이 나는 경우가 많다는 이 뒤돌아옆차기 같은 경우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6. 라이브 해주세요

이제 다 완료 되었고, 업로드 하라는 것이다. 기쁠 것 같은가? 당연하지! 수고했다는 상사와 광고주의 격려와 이제 곧 퇴근이라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는데 당연하지! 내일 아침에 바로 업로드 해달라고 하는데, 까짓 거 바로 하지 뭐!?

근데 내일 토요일이다. 나는 퇴근할 테니 너는 내일 업로드 하세요. = 일하세요 = 토요일인 거 만끽하지 마세요. = 늦잠 처자지 말고 일어나서 일하세요.

간디의 비폭력무저항은 개뿔, 나는 그저 ‘사탄’이 될 뿐이다.

그래도, 내가 만든 게 하나 똭! 올라갔을 때 오는 보람은 있다. 그래도 앞에 나가 멋진 PT를 할 때의 내 모습에 만족해 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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