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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빠삭 > 카툰ㆍ유머

유머이야기 | 채팅에서 만난 그녀

이제부특 | 작성일 16-08-06 11:34 | 조회 303 | 추천 0 |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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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난 건 1년 전 겨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 준비라는 핑계로 집에서 먹고 놀고 있을 때.

랜덤 채팅을 하며 시간을 떼우곤 하던 그 때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막상 섹드립을 치며 놀다 카톡으로 넘어오니 돌아오는 건 눈앞의 아청법이었다.

이 여자는 나이를 속였다...

어차피 만날 것도 아닌데...하며 왠지 모르게 죽이 잘 맞는 것 같은 대화를 계속 해나갔다.

그 고딩은 방학식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나와 카톡하는 길을 택했다.

친구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무리지어 다니는 애도 아닌 듯 했다.

친구들이랑 놀 때면 화장을 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나에게 은근히 자기는 화장도 하고

시내에 갈 때면 남자들한테도 먹히는 것 같은 그런 뉘앙스를 풍겼다.

내가 18살이었을 때...그저 반에 있던 여자들이 10살 가까이 차이나는 냄새나는 아저씨와

문자나 카톡을 할 거라고는 생각 해보지 못 했다.

그때 그 시절 그녀들도 내가 고딩과 카톡하게 됐던 것 처럼 누군가와 소통을 한 적 있을까?

그림의 떡과 같았던 그때 그 시절 여자들에게 지금 내 곁에 있는 고딩의 모습을 투영시켜본다.

무척 꼴리는 일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여...난 지금 그저 눈 앞의 현실에 충실하면 됐다.

고딩이 학원 다니고 바빠지기 전에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비록 랜선이었지만 서로에게는 뜻깊은 시간이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가 기숙 학원에 가서 연락도 없던 때 난 군대간 남친에게 편지를 보내는 곰신처럼

그녀를 생각하며 편지를 썼다.

후에 생각해 보면 그 편지가 좀 잘 먹혔던 것 같기도...

아무튼 편지도 학교에 보내면서 서로에게 점점 깊어진다는 사실도 모른 채 우리는 그저 살아가고 있었다.

섹드립의 수위를 넘어 디엣을 하자는 제안도 받아보고 만나자는 약속도 했지만 쫄려서 나가지 못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어려서 그런지 자기만 생각하는 태도와 상처 받기 싫어 남을 상처주는 이기적인 면모도 볼 수 있었다.

왠지 더 이상 엮이면 안 될 것 같아 연락하는 걸 그만 두었다.

.
.

공무원 시험에 합격 후 요즘 따라 꿈에 자주나오는 그녀에게 바뀐 핸드폰으로 문자를 넣어본다.

약정기간이 다 된 공기계에는 여러 전화번호들이 들어있었다.

'누구세요?'

'맞혀봐.'

'....'

'알 것 같아?'

'응...'

'보고 싶다.'

'나 고3이고 공부하느라 바뻐...나 대학가면 연락할게.'

이 메세지를 마지막으로 그녀와의 연락은 끊겨버렸다.

연락을 끊자는 말만하면 울었던 그녀였는데...마지막에 울면서 부재중 전화 몇 통이나 걸어더덴 그녀였는데...

2년이 지난 추억에 젖어 있는 건 나였다.

그녀를 잊지 못 하고...내가 상처받는 게 두려워 남을 상처내는 그녀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인정하고 후회하는 모습이란 참으로 비참했다.

그런 비참함도 잠시 업무에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하며 그녀를 잊어갈 때 쯤.

그녀의 문자 한 통에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 아닌 성인의 한 사람으로 그녀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사진에서만 보던 모습이랑은 사뭇 달랐다.

그 날 많은 이야기를 하며 훗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3년 후.


"오빠! 내일 부모님 뵙는 거 알지? 준비 잘 해둬야 돼!"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말고. 잠이나 자."

지금 내 동거녀는 직장 후배가 소개시켜준 여자.

나보다 3살 어리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쁜 외모.

경제관념도 투철하다. 난 이 여자를 사랑한다.

10년이 채 지나지도 않은 날에 모든 게 많이 바뀌었다.

채팅을 해서 만난 여자도. 소개를 받아서 나를 스쳐간 여자도.

지금 종착역은 이 여자다.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다.

인터넷으로 만났던 그 여자와는 극적으로 사귀게 되었지만 깨질 때도

극적으로 서로 욕이 난무하는 상태에서 헤어지게 됐다.

'다 지난일인데 뭐...'라며 나를 스쳐간 여자들로 인해 그 기억은 흐려져 갔다.

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얼마 되지않아 골아떨어지고 남자는 추억한다.

철없던 백수 시절 연락 한 통없던 카톡에 단비가 되어줬던 따뜻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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