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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후기 | [스포주의] 남한산성 감상.
최최 | 작성일 17-10-30 12:06 | 조회 108 | 추천 0 |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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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우선 남한산성의 스토리 자체는 이미 많이 알려진 병자호란의 이야기입니다.
이미 결말이나 전개상황을 대충 다 알고있는 얘기라 극적인 전개의 맛이 많이 부족하지요.
그래서 감독은 서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인물들에 중점을 둡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대부분 인물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화면으로 많이 구성됩니다. 이렇게되면 관객은 그 인물의 감정에 주목을 하게 되는데요,
이 때 그 인물의 감정표현을 잘 살리려면 숙달된 연기실력을 가진 배우들이 필요하고 그래서 더욱 남한산성이 초호화 캐스팅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쨋든 그런 의도에서 감독은 관객을 스토리 전개가 아닌 인물의 감정으로 몰입시키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화친서 작성을 두고 두 신하가 갑론을박을 펼치던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두 신하가 각자 명분과 실리를 두고 논쟁을 하는데 들어보면 두 입장 다 맞는 이야기라 과연 선비들의 멋이란 게 저런 것일까 생각이 듭니다.
남한산성은 현실문제로도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기에 큰 시사점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강력한 외세들의 존재와 그 중간에 끼인 약소국으로서 취할 수 있는 중립외교 같은 스탠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한 느낌입니다. 명나라와 청나라를 미국과 중국으로 치환해봐도 조선과 한국의 처지는 별반 다를게 없더군요.
그리고 지배층과 백성들의 생활에 있어서도 감독이 꽤나 신경을 써서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듯 보입니다.
화친서를 보내기로 한 뒤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은 사직서를 냅니다. 이를 안 최명길(이병헌)이 그를 찾아가 관직을 버리지 말 것을 청하지요.
그 때 최명길의 대사가, 실리를 추구하며 청과 화친을 하는 것이 임금과 백성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김상헌은 여기서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죠. 진정 백성을 위하는 길은 자신도, 최명길도 없고 우리들이 세운 임금도 없는 세상이라는 대사를 합니다.
지배층 양반인 김상헌이 이런 말을 하게 된 데에는 충분히 영화 내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꽁꽁 언 강에서 길을 알려주던 노인과 남한산성 대장장이로 일하던 날쇠(고수), 칠복이는 예조판서 김상헌 앞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자신들 백성 위에 조선의 왕이 통치를 하던 청나라가 통치를 하던 백성들의 삶은 별 달라질 게 없다구요.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양반들 중 유일하게 김상헌 만이 평민 계층을 만나는 인물입니다.
자신이 죽인 나룻터 노인의 손녀인 나루를 거두고, 날쇠와 칠복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임금께 평민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제시한 해결책을 전달하죠.
그런 평민들과의 접점들이 결국 김상헌으로 하여금 진정 백성들의 삶이 나아지는 방향은 지배층이 사라지는 일인 것이라 느끼게 했을 것입니다. 피지배 계층은 지배계층이 있는 한 착취당하고 억압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결국 이런 평민들의 삶을 모르는 채 실리를 추구하는 최명길의 현실주의는 '지배계층만의 이상적 현실'을 추구하는 입장인 점에서 김상헌이 보기엔 꽤나 모순적이었을 것입니다.
영화 얘기와 별개인 여담이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최명길은 청나라로 압송되고 김상헌도 자결하지 않고 같이 압송돼서 감옥에서 다시 만납니다.
최명길은 김상헌을 명성을 얻기 위해 임금께 아부하는 사람으로, 김상헌은 최명길이 청의 첩자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감옥에서 목숨이 위태한 상황에도 각자 뜻과 절개를 굽히지 않는 모습에 서로가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같았음을 깨닫고 시를 지어 나누며 화해를 하게 됩니다.
또 남한산성에서 김상헌이 주장한 근왕병을 모아 남한산성을 수비해내자는 전략이 과연 현실성 없는 수단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당시 조선을 비롯한 나라들이 하던 전쟁스타일은 도성을 기반으로 한 공성전 이었습니다.
차례차례 위치한 도성을 함락하고 점령해나가며 수도까지 진격해 나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청나라 군대는 기마병이 주축이었고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한양까지 내달린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에 왜군이 한양 함락까지 18일이 걸린 것에 비해 청군은 압록강 건너서 일주일만에 한양에 도달했습니다.
조선군은 도성들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데 청군은 굳이 그런데서 힘빼지 않고 우회해서 바로 왕을 잡으러 간 것이죠.
그런 바람에 왕은 강화도로 가는 길이 막혀 부랴부랴 가까운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조선군의 대부분 병력은 전국에 흩어져있었고 이를 모아 청군과 맞섰으면 김상헌 말대로 승산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는 각자 군소병력으로 올라오던 근왕병들은 청군에 각개격파 당하고,
그나마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던 도원수 김자점은 경기도 양평에 눌러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격서를 받고서도 못받은 척 묻어버리려는 것으로 묘사되죠.
사실 영화에서는 크게 묘사가 안되지만 도원수 김자점의 무능이 병자호란에 크나큰 기여를 했습니다.
처음 청군이 압록강을 건넜을때도 봉화를 제대로 안올려려서 조정에는 청군이 침입했다는 소식이
청군이 한양에 근접해서야 뒤늦게 도착하였고 때문에 제대로 피난을 가거나 반격을 할 채비도 못했죠.
물론 역사에 가정이라는 건 무의미한 얘기지만 그런 상상을 조금씩 팩션이라는 방법으로 흥미롭게 제시해주는 영화들이 더 나왔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주) 빠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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